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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CR-V 하이브리드, 가솔린 모델과 다르다

시승기

by 차이슈 2021. 2. 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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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아니, 달라졌을까.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돌아온 뉴 CR-V 하이브리드와 만났다.

 

글 주영삼 / 사진 혼다 코리아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혼다 ‘CR-V 터보 4WD 투어링’ 모델을 시승했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혼다’라고 불리는 이유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기본기가 탄탄한 자동차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1.5 리터 i-VTEC 엔진은 CVT 미션 때문에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리터당 11.5km의 연비도 시승 간에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품은 녀석의 새로운 모습.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이다. 이곳에서 뉴 CR-V 하이브리드 모델의 미디어 시승회가 열린단다. 의구심이 들었다. SUV 시승회를 서킷에서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포츠성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큰 오해였다. 혼다 코리아가 기자들을 이곳에 불러 모은 이유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효율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달리기 전 얼굴을 살펴본다. 생김새는 여전하다. 미래지향적이며 건담을 떠올리는 야무진 인상이다. 가솔린 모델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무엇이 다른지 찾기 힘들다. 그래도 찾아보았다. 먼저 안개등 형상이 변했다. 가솔린 모델의 동그라미가 아닌 길고 얇은 하이브리드 전용 LED 안개등이 적용되었다. 측면에는 블루 색상의 하이브리드 엠블럼을 달아 친환경 자동차임을 알린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리어 펌퍼에 새롭게 적용된 크롬 색상의 가니쉬다. 이 작은 포인트로 이전 모델 대비 더 스포티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녀석의 보닛 아래에는 184마력을 발휘하는 2개의 모터와 2.0리터 i-VTEC 엔진 그리고 E-CVT 미션이 들어있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전보다 더 강해져 최대출력 215마력을 네바퀴에 골고루 전달한다. 연비도 14.5km/l로 늘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2열 시트 아래에 숨어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때문에 몸무게도 늘었다는 사실이다(1,620kg -> 1,710kg).

 

인스트럭터의 피트인 사인이 떨어졌다. 달려보자.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액셀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은 여전히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고 이질감이 없으며, 보타가 필요 없어 괴롭지 않다. 첫 번째 세션은 새롭게 추가된 'EV 모드'로 주행해 보았다. 시속 40km까지는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고, 당연한 소리지만 순수 전기차를 모는 듯하다. 특히, 전기차 특유의 '찌잉' 하는 소리는 미래에서 온 건담을 닮은 녀석의 외모와 잘 어우러진다. 재미있는 건 풀 디지털 계기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동력의 흐름과 회생 제동의 여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세션은 하이브리드 모드다. 뉴 CR-V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속 60km가 넘어가면 차량 스스로 주행모드를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한다. EV 모드와 다른 점은 엔진이 개입하는 것이며, 우리가 흔히 아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인상 깊었던 점은 E-CVT 미션과 궁합이 좋아서 굉장히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제공한다는 부분이었다. 

 

세 번째 세션은 스포츠 모드로 빡세게 달려보았다. 스포츠 모드는 전기 모드와 더불어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적용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필요 없는 주행모드다. 가솔린 모델을 시승했을 때에도 느꼈다. CVT 미션은 기자가 아는 한 스포츠 주행에 절대 어울릴 수 없다. 2개의 모터와 엔진은 "갈 수 있어, 달려볼까"하고 흥분하지만, 부드러운 주행을 선호하는 CVT 씨는 "아니야, 천천히 가자"라며 230마력의 수준급 파워를 자제시킨다.

 

서킷 주행의 아쉬움을 달래며 공도에 올라섰다. 반듯하게 잘 닦인 트랙에서는 느끼기 힘든 혼다의 기본기가 속속 들이 드러난다. 편하다. 가솔린 모델에서 느꼈던 점이다. 부드럽지만 노면을 타지 않는 서스펜션 세팅은 도로의 컨디션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가솔린 모델의 아쉬움이었던 방지턱과 범프 구간에서 훅 솟는 느낌도 2열에 위치한 배터리 덕분에 사라졌다. 당연히 고속 안정성도 향상되었고, 코너링 성능도 한층 업 되었다.

 

브레이크 성능과 4륜구동 시스템도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리튬이온 배터리 덕을 보아 자연스레 무게 배분이 좋아졌고 그로 인해 노즈 다운도 줄었으며, 후륜의 접지력은 더욱 높아져 4륜구동의 느낌도 향상되었다. 아쉬운 점은 EV 모드가 시속 40km까지만 지원을 하기 때문에 일상 주행에서 모드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e-CVT 미션을 적용해 추월이나 가속 시,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무단변속기 특유의 답답함을 느꼈다.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2% 부족하다. CR-V 하이브리드에는 전 트림에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외부 상황을 인지하고 사고예방을 돕는 '혼다 센싱'이 탑재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ACC), 저속 추종 시스템(LSF)을 이용하면, 편안하면서도 안전한 크루즈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인 'LKAS'가 시속 72km부터 작동하며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 시에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여 차선 안으로 넣어준다. 이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때에는 '더더더더' 하는 진동이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데, 자연스럽지 못하고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다.

 

시승은 끝났다. 필자가 시승한 모델의 가격은 4,770만원이다. 가솔린 모델 대비 200만원이 비싸졌다. 그 대가는 20마력의 출력, 3km/l의 연비, 좀 더 스포티한 디자인 그리고 덜렁거리던 레버식 기어가 아닌 세련된 버튼식 기어다. 아, 차량의 밸런스도 조금 더 좋아졌다. 만약 필자에게 사겠냐고 묻는다면, 프로모션을 기다려 본다고 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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