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SUV’하면 어떤 차량이 떠오르는가? 기아차의 ‘g 바겐’ 모하비? 아니면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패밀리 SUV’ 쏘렌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주인공은 기아차 SUV 중에 가장 긴 역사를 가지면서도 네임드 자체만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티지’다.
스포티지는 기아차에서 가장 오랜 세월 이어져 오는 SUV다. 1993년 ‘스포티지’ 1세대를 시작으로 2004년 ‘뉴 스포티지(KM)’ 2세대, 2010년 ‘스포티지R(SL)’ 3세대 그리고 15년부터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스포티지 더 볼드(QL)’까지 스포티지는 단종을 맞이하지 않고 꾸준히 대중 곁에 남아있는 ‘자동차’다. 그리고 지난 9월, 상품성을 강화해 ‘2021 스포티지’로 새롭게(?) 돌아왔다.
쌍둥이 '투싼'
같은 달, 배다른 형제인 ‘투싼’은 상품성 개선이 아닌 새로운 3세대 플랫폼을 입으며 ‘디 올 뉴 투싼’이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인기는 뜨거웠다. 사전계약 대수는 첫날 1만 824대를 돌파했고, 9월 한 달 동안 2천 대가 넘게 팔렸다. 이는 스포티지 판매량의 2배를 넘는 수치다. 당연한 결과다. 차는 언제나 ‘신차’가 옳다. 게다가 ‘뼈대’마저 새롭게 달라졌으니 구태여 ‘스포티지’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사실 스포티지(NQ5) 5세대 모델은 올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디자인과 상품성 개선을 이유로 내년 하반기로 미루어졌다. 기아차를 좋아하고, 스포티지를 사랑하는 마니아에게는 서글픈 소식이다. 그래서 이 아쉬움을 달래고자 스포티지의 역사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이름 '스포티지'
스포티지(NB-7)의 차명은 스포츠(SPORTS)와 운송(PORTAGE)의 합성어다. 본래 기아자동차와 포드가 공동 개발을 하려다가 결렬되어 기아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그렇게 이 '차'는1991년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세피아와 함께 대중 앞에 섰다. 당시 기아라는 브랜드가 잘 아려지지 않았던 때임에도 불구하고 승용 왜건스러운 디자인의 '컴팩트 SUV'는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숏, 그랜드, 빅백
시간이 흘러 때는 1993년 여름, 스포티지는 정식으로 데뷔했다. 초기에는 ‘숏 바디 모델’만 존재했으나 추후 96년부터 ‘그랜드’라고 불리는 ‘롱 바디’ 모델이 추가됐으며 이후 롱 바디 모델에 화물 적재 공간이 추가된 ‘빅백’이라는 모델도 추가됐다.
파워트레인(전기/후기)
출시 초기에는 ‘2.2ℓ HW 디젤 엔진’을 사용했다. 당시 ‘베스타’에도 쓰이던 엔진이다. 파워트레인은 1995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2.0ℓ RT 터보 인터쿨러 디젤 엔진’으로 대체됐다.
스포티지의 파워트레인은 ▲2.0ℓ FE 가솔린 SOHC 4WD ▲2.0ℓ FE 가솔린 DOHC 4WD ▲2.2ℓ HW 디젤 4WD ▲2.0ℓ RT 디젤 4WD까지 총 4가지인데 전기형과 후기형으로 나뉜다.
전기형 버전 가솔린 모델은 2.0ℓ FE 가솔린 SOHC 엔진과 수동 5단/ 자동 4단 변속기와 조합을 이루어 99마력(PS), 최대토크 17.0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연비는 수동 9.6km/l, 자동 9.2km/l이다.
후기형 버전은 2.0ℓ FE 가솔린 DOHC 엔진을 사용해 136마력(ps), 최대토크 18.5kg.m의 성능을 발휘해 전기형 모델보다 한층 여유있는 주행이 가능해졌다. 물론 연비는 별 차이가 없었다.
디젤 모델은 2.2ℓ HW 디젤 엔진과 수동 5단을 결합해 70마력(ps), 최대토크 14.5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연비는 수동 14km/l이다.
후기형 버전은 2.0ℓ RT 디젤 엔진과 수동 5단 혹은 자동 4단 변속기와 결합해 83마력(ps), 최대토크 19.5kg.m, 연비 12.3km/l(수동 5단 기준), 85마력(ps), 최대토크 20kg.m, 연비 11.5km/l로 연료 소비 효율을 제외하고는 기존 대비 동력 성능이 상승했다.
비운의 '주인공'
스포티지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차종이었다. 미국에서는 2년 연속 가장 값진 자동차로 선정됐으며, 일본에는 기아자동차 일본 법인을 통하여 20대를 시험 수출하기도 했다. 물론 때마침 IMF 구제금융 요청 사태로 기아자동차가 부도 나는 바람에 스포티지의 '일본상륙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스포티지는 2002년 9월까지 판매됐으며, 소렌토에게 프레임을 물려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스포티지 1세대에 사용된 엔진과 섀시는 대한민국 군용차 K-131과 민수용 레토나에도 사용되었다.
스포티지 IN '다카르'
스포티지는 레이스 무대에 도전하는 용감 무쌍한 'SUV'이기도 했다. 다카르 랠리는 최악의 운전 조건으로 ‘지옥의 랠리’라고 불리는 자동차 경주대회다. 이 대회에 스포티지는 1993년 1월 2대가 출전했고, 1대는 중도 탈락 나머지 1대는 완주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기아차의 랠리 도전은 스포티지를 통해 이루어졌다. 2000년과 2001년에 파리-다카르 랠리에 T3(완전 개조 부문)으로 출전하여 공식 완주에 성공하였다.
스포티지는 기아차에서 의미가 있는 모델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SUV’임과 동시에 기아자동차 모터스포츠 역사에 시발점이기도 하다.
한 브랜드의 독자적인 SUV 모델이자 '레이스카'이기도 했던 스포티지(NB-7)는 7년간의 짧은 생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2년 후, ‘뉴 스포티지‘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대중에게 돌아온다. 2세대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글 주영삼
사진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 위키백과
2020년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차 탑 7 (0) | 2021.01.06 |
---|---|
가슴 뛰게 하는 세 글자, GTI (0) | 2020.12.28 |
34명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F1 헤일로 (0) | 2020.12.04 |
놀면뭐하니에 나오는 '유팡' 차 수준(+캐딜락, 유재석) (0) | 2020.12.04 |
자율주행 레벨 그리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0) | 2020.11.2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