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바레인 사키르에서 열린 ‘2020 FIA 포뮬러 1 월드 챔피언십’에서 하스 F1 소속 ‘로만 그로장’이 큰 사고를 겪었다.
그의 차량은 순위 경기를 하던 다른 F1 머신과 부딪치면서 자세를 잃었고 곧이어 서킷 외벽으로 돌진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차량은 금세 불길에 휩싸였다.
모든 이들이 놀람과 걱정으로 어찌할 바 모를 때 다행히도 그는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채로 스스로 차량에서 빠져나왔다. 그렇다면 그로장이 큰 사고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헤일로’에 있다.
FIA(국제자동차연맹)에 따르면 당시 그로장의 머신이 외벽에 충돌할 때 속도는 시속 220km였고, 발생한 충격은 53G에 달했다.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적을 만든 건 2018년부터 도입된 헤일로다. 헤일로는 드라이버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장치를 일컫는다. 도입 초기에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F1 머신의 아름다운 외형을 해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으며, 또 다른 이유는 효과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이 장치는 현재 FIA의 승인을 받은 영국, 이태리, 독일 3개 업체에서 제조하고 있고, 설치는 F1에 참가하는 레이싱팀이 직접 구매해 스스로 설치한다. 가격은 장치 1개 당 15,000유로(약 2,000만 원)이다.
사고 이후에 차량을 살펴보면 헤일로가 굳건하게 버텨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은 사고 당시에 드라이버의 머리를 보호했다는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산마리노 그랑프리에서는 F1의 전설적인 선수 아일톤 세나가 서킷 가드 레일에 충돌하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외에도 33명의 레이서들이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헤일로가 좀 더 일찍 개발됐더라면 분명 생존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로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헤일로와 더불어 튼튼한 모노코크 바디와 목을 보호하는 HANS 그리고 화염으로부터 버틸 수 있게 도와준 레이싱 슈트 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장이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에 헤일로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대중에게 F1 머신의 미적 요소를 깨뜨린다고 평가받던 안전장치. F1 드라이버마저 시야를 방해한다고 적용을 반대하던 장치. 그 헤일로가 사람을 구했고, 이제 더 이상 F1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글 주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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